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새들은 가끔씩 허공에 머리를 처박고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사람들도 가끔식 허공에 머리를 처박고 죽었을 것이다. 이생에서 저버릴 수 없는 짐이 나와 그대의 어깨위에 있다.

그 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말은 틀림없다.

죽지 않는다면야 일생동안 그 짐을 벗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가장 깊은 좌절과 막막함이 오히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위안이 될 것이다.

내가 일생을 다하여도 벗을 수 없다는 막막함, 그게 나의 유일한 위로가 되는 거다.

- 여행생활자 中 -

거칠것 없는 고원으로 파란하늘이 무색하게 바람이 선뜻선뜻 날아간다.

바람은 타르쵸가 노래하는 신의 말씀을 전하러 저 너머 티베트족에게 내달릴 것이다.

아... 낳고 보지도 못한 곳이 고향같을 수도 있구나..

이미 고향과 어미를 잃은줄 오래인지 알았더니라...

순결한 티베트인 순례자들의 영원한 꿈인 캉린포체산을 그들처럼 한바퀴 돌고 나면 일생지은 죄를 씻고, 열번을 돌면 500년 윤회중에 지은 죄를 면할 수 있을려나?

타르쵸가 펄럭이는 소리를 들으며 언젠가 저 바람속을 걷고만 싶다.

* 타르쵸(또는 풍마) : 티베트 승려들의 경전을 적은 붉은 천. 티베트 승려들은 그 천을 깃대에 걸어 사막에 꽂아두고 바람에 부르르 떠는 깃발의 소리가 나면 바람이 황포에 적은 경전을 읽고 지나가는 것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