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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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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8.23 |
조회수 |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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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끝자락에서... |
내게 한없이 우울하기만 올 여름은 지독히도 느리게 지나간다.
나는 매일 가을을 기다리며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내가 꿈꾸는 사랑은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이 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소녀적 발상이 일어나는 날이면
나는 다시 순정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요새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가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너무 오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내 속에 담아두지 못해서
내가 죽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처럼
사람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텐데,
나는 지금 오래도록 사랑이라는 이름에서 자유로워 있다.
우습게도 요즘은 '지금쯤 사랑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내게 다가 와 줬으면...'하는 마음을 품어 본다.
게다가 왠지 가을이 시작할 무렵에는
내게 사랑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도 느끼곤 한다.
누군가 내게 사랑을 해 봤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해 봤다고 대답한다.
어떤 만남을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아직은 정확히 내안에서 정의내릴 수 없기에
나는 그냥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그 친구를 사랑이라는 이름에 슬쩍 넣어 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우습게도...
그 친구를 만나면서 나와 그 친구의 아이를
머리 속에 떠올려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랑을 기다리는 중이라서 그럴까?
여름의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물을 마시게 된다.
마시고 또 마셔도 내 속에서는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다.
얼마전까지 그렇게 더운 여름에도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진 않았던 것 같은데...
지난 여름까지 난 누군가를 새로이 만나면서도
딱히 마음을 열게 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왠지 시큰둥해져 있었던 것이다.
딱히 사랑을 해야지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만나야지 하는 마음은
들어도 그 만남에 깊이를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난 확실히 무언가로부터 갈증을 느끼고 있다.
아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지독하게 여기던 여름 속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과 연락을 두절하고 지냈다.
가장 친한 친구와도 가장 친한 선배 언니와도
사랑스런 후배와도 나는 연락두절 상태로 지내고 있다.
이제는 늘 바쁘게 울리던 내 전화도 아주 고요해지고
하루에 한번 혹은, 이틀에 한번쯤 전화기의 존재를 잊을때쯤
울리곤 한다. 집 앞 슈퍼를 나갈때도 꼭 들고가던 전화기가
이제는 몇 시간의 외출을 하면서도 집에 쳐박히는 신세가 되었고,
그 만큼 나는 점점 여름의 슬럼프에 빠진다.
이제 가을이 오면 난 무척 바빠질 것이다.아니 바빠져야 한다.
친한 친구와도 선배 언니와도 후배와도 다시 사랑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내 사랑스런 연인도 만날 수 있을테니...
정말 바빠져야만 한다.
이제 살기 위해, 사랑을 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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