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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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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8.15 |
조회수 |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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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뒤 햇살이 눈부시다 |
남산자락과 이어진 하늘빛이 파랗고 하얀 구름이 유난히 상쾌하다.
얼마 만인지...
우리 집 옥상에 이렇게 햇빛이 쏟아지는 것이.
반가운 마음에 얼른 빨래를 한다.
그동안 실내에서만 말리던 빨래를 밖에 내다 널면서
그 보송보송한 기운에 작은 행복감마저 느낀다.
자외선 걱정도 잠시 접어 두고
그렇게 한참을 햇살과 마주하고 서 있었다.
연일 불볕 같은 더위가 계속될 때는
강렬한 햇살이 원망스럽기만 하더니,
며칠동안 참으로 오지게 내리던 그 빗줄기 속에서는
한 줄기 햇살이 문득문득 그리웠었지.
며칠 동안의 지루한 장마처럼 일상도 그렇게 지루해져만 갈 때
쨍~한 햇빛이 지루한 일상을 쨍~ 하고 깨뜨려줄 것만 같았다.
사람에게 햇빛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그런 하루다.
쉼 없이 내리는 비로 수해 복구에 애를 먹으신다던
수재민들의 목소리에 내 마음까지 무거웠었는데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햇살인지...
물에 젖은 가재도구들이 하나씩 하나씩 볕에 말려지듯,
엄청난 수해로 절망스런 그 분들의 마음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보송보송하게 말려졌으면...
며칠 전, 시골에 계신 엄마의 목소리도 많이 근심스러웠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 쨍쨍한 햇볕에 내다 말려야 하는데
몇날 며칠 내리는 비에 고추가 자꾸 물러서 걱정이라는...
어디 고추 농사뿐이랴.
아직도 하늘에 의존해야 하는게 농사인 까닭에
올 여름 장마에 농부님네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까맣게 그을린 그 분들의 얼굴에도
오늘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드리웠으면 좋겠다.
도심 속 어느 나무에선지 연신 매미들이 울어댄다.
간만의 햇살이 반가운 것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그 소리가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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